소중한 일상/퀘벡 생활

26년을 함께 했던 나의 필통.

축복이와 예쁨이 2023. 3. 14.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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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학교 다니면서 우연히 보게 된 나의 필통... 언제나 한 몸과 같이 붙어 다녀서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귀퉁이 쪽 천들이 아예 찢어져서 빵구멍이 4군데 모두 나있더라... 그 부분이 접혀있으니 빵구가 났는 줄도 몰랐다. 

 

1997년 새해에 친구들과 시내 놀러갔다가 큰 맘먹고 거금 6천 원을 주고 샀던 필통이었다. 인터크루라는 브랜드가 아직도 있을까? 필통 앞에 대문짝만 하게 인터크루가 적혀있었는데... 그건 1년쯤 사용하니 다 떨어져 나갔는데, 그냥 예쁨과 꾸밈이랑은 거리가 먼 나였기에 그냥 하루 이틀 들고 다니다 보니 26년을 들고 다녔다. 

 

과거엔 색깔별로 펜들과 각종 문구들로 꽉 채워다녔다면, 지금은 아주 가볍게 몇 가지 펜들과 짭플펜슬 2개, 그리고 필기와 상관없는 로션, 거울, 립밤 등이 들어있었다. ㅎㅎㅎ 

 

어느 날, 문득 갑자기 학교에서 필통이 다 찢어져버리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나서 필통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사실 30년 꽉 채우고 은퇴시켜주려 했는데.... ㅎㅎㅎ 다른 예쁜 필통을 사볼까? 하다가, 몇 년 전 한국에 갔을 때 선물용으로 사 온 파란 필통을 내가 쓰기로 했다. (사실 파란 필통은 그냥 케이블 담는 용도였는데...) 

 

이 정도면 나도 미니멀리즘 실천 중인건가? 작년 여름 언어수업 들을 때, 내 필통보다 어린 D친구와 공부도 하고 그랬었는데... ㅎㅎㅎ 나도 몰랐는데, 그냥 하나 사면 오래 쓰는 스타일인가 보다. 지금 사용 중인 샤프 역시도 2011년에 사서 아직까지 잘 쓰고 있다. TMI, 이 샤프도 앞부분 샤프심이 잘 안 나오는 것 보니 수명이 다 되어가나 보다. 그러고 보니, 현재 사프 이전에 사용하던 것도 십 년 이상 사용하니 그냥 어느 날 두 동강이 나버려서 어쩔 수 없이 버렸었지... 나 같은 사람만 살면 샤프 공장 문 닫겠다. 한평생 샤프 10개 못 써보겠네.. 

 

나의 파란필통은 앞으로 나와 몇 년을 함께하게 될지... 

 

주저리주저리.... 

안녕~ 나의 빨간필통, 안녕! 나의 파란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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