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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일상/퀘벡 생활

Quebec 에서의 두 번째 출산 _ 유도분만, 브이백

by 축복이와 예쁨이 2021.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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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벡에서의 두 번째 출산 이야기. 첫째와는 다르게 유도분만까지 해가며 브이백으로 성공해서 더 뿌듯한 출산이었다. 

아마도 나의 마지막 출산이기에 휴대폰에 메모해 둔 것을 보며 적어본다.

 

임신 5주쯤, 임신 사실을 알게 됨과 동시에 내가 한 일은 La maison de naissance (산파와 함께 출산하는 곳)와 La place 0-5 (공립 어린이집 등록)에 등록 대기를 걸어두는 일이었다. 

참고로, La maison de naissance 는 한 달 반 정도 후 산파가 배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았고, La place 0-5는 여전히 자리가 안 났다. 퀘벡에서 공립 어린이집을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따기와 같은 기분이다. 

 

나의 둘째도 처음에는 역아로 출발하여, 임신 후반기 접어들면서 자리를 잘 잡아줬다. 내 뱃속은 아주 평온한가? 진통이 뭔가요? 두 번째 임신이지만, 늘 새로운 기분. 나오는 날짜가 정해진 것이 아니어서 더욱 긴장이 되었다. 

 

39주 2일 :

   새벽 2시에 화장실 갔다가 갈색의 뭔가를 발견! 드디어 신호가 오는가? 알송달송했다. 그리고 새벽 5시에 대변이 살짝 나오는데 연한 갈색 피를 봤다. 드디어 나오는가?! 기대를 하기 시작했다. 

 

40주 0일 :

   자정을 살짝 넘기고 가진통이 규칙적이었는데 참을만한 정도였다. 새벽 4시까지 혼자 진통측정하면서 소파에 앉아있었다. 이날은 예정일임에도 나오지 않는 아기를 위해 3번째 초음파를 하러 병원에 갔었고, 초음파상 몸무게가 3.9킬로 대왕 아기가 있다고 나의 신체(키)를 봤을 때 그냥 제왕절개를 하라고 초음파 선생님이 추천을 계속했다. 지금 생각하면 이 날 느꼈던 가진통은 가진통 축에도 안 속하는 거였다. 산파 (sage femme)에게 초음파의 내용을 알려주고, 그래도 마지막까지 기다려보겠다고 얘기를 했다.

 

40주 6일 :

   산파가 내진으로 진통을 유발할 수도 있고, 자궁문도 조금 부드럽게 열수 있다고 내진을 평소보다 더 쎄~~~~ 게하고 난 후, 밤새도록 화장실 갈 때마다 피를 봐야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자궁문 2센티 열였음.

 

41주 0일 :

   산파를 또 만나서 또 내진을 쎄~~~~게하고, 양수 테스트도 했다. 다행히 양수는 새지도 않고, 나의 자궁문은 튼튼 그 자체였다. 이날은 진통 유발을 위해 유축기로 가슴 마사지도 해봤다. (유축기 처음 써봄) 큰 반응이 없어, 결국 산파는 나를 병원으로 이송해줬다.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수는 없으니 유도분만이나 제왕절개를 선택해야 하는데, 약물로 인한 출산은 산파에게 권한이 없다. 그래서 나는 이제 의사와 함께 출산을 해야 됐다. 이 날 오후, 대학병원에서 다시 각종 검사를 하고, 진통만 없을 뿐 출산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의사가 판단! 그다음 날 바로 유도분만 날짜가 잡혔다. 퀘벡에서의 출산은 뭐든지 의사가 정해주는 날짜에 이뤄지네. 

   이 날 저녁에, 이제 당분간은 첫째와 같이 못 잘것 같아, 둘이 일찍 자기 시작했는데....... 두둥 22시 30분 갑자기 큰 진통으로 인해 눈이 번쩍! 떠짐. 매번 글로만 봤던, 처음이어도 모두가 이게 진짜라는 걸 안다는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후 5분 이내로 좁혀지지도 않고 진진통 같은 가진통을 밤새도록 혼자 끙끙 앓기 시작했다. 

 

41주 1일 : 이날은 출산일이므로 시간단위로 적어봄

9:00 병원도착. 첫째를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남편이 나를 병원까지 배웅해주고, 난 혼자 간호사의 안내를 받으며 병실로 들어갔다. (다행히 실습을 나온 산파가 내 옆에서 출산할 때까지 나를 지켜줬어 ㅜㅜ) 유도분만을 위한 링거를 달고 진통이 올 때마다 열심히 호흡하며 아파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전의 진통은, 밤새 앓았던 진통은 참을만한 수준이었던 것! 오후로 넘어가면서 이세상 고통이 아니었다. 자궁문 3.5센티 열림.

 

 12:00 팀내 의사가 와서는 빠른 출산을 위해 양수를 강제로 터트렸다. 저세상 고통을 맛보았다. 참 쓰구나~ 자연진통은 그래도 숨 쉴 수 있는 1분 정도의 틈이 있다고 유튜브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데, 나의 경우는 유도분만이어서 30초마다 진통이 왔다. 미친 듯이 호흡 집중 호흡 집중! 간호사와 산파 실습생이 아니었으면 난 정말 못 견뎠을 터, 무통(에피 듀럴)을 맞기 전에 난 모르핀을 먼저 맞았다. 마취과에서 오기 전에 조금이라도 효과를 보라면서... 하지만, 1도 안 통하는 모르핀! 

 

  15:30 드디어 무통을 달았다. 30분이 지나야 효과가 나타난다는데~ 이미 17시간을 공복인 상태로 진통을 하여 너무 지쳤지만 정신력으로 버티고 또 버텼다. 중간에 소리 지르고 싶을때마다 간호사한테 나 소리 질러도 되냐고 물어보고 허락 맡고 잠깐씩 소리 질렀다. (나 참 독한 듯)

  16:00 드디어 무통의 효과를 보고... 정말 무통 천국이었다. 드디어, 나는 한숨 잘수있었다.

  18:30 자다 깨다를 해서 정신이 멍한데 안 아프다. 모니터를 보니 진통 110 이상을 찍어도 느낌이 크게 없었다. 야호!

  19:05 자궁문 9센티 이상 열렸음. 아기는 100% 내려오고, 의사가 잠시 와서는 한 시간만 더 기다려보란다. 

 

  20:00 아기 얼굴이 위를 보고 있어서 출산하기 편하게 아기 얼굴 돌릴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네. 자세를 이래저래 바꿔가면서 9시 반까지 기다리란다. 출산을 위한 내진은 무통을 맞고 있어도 아프더라. 그리고 나에겐 이때가 제일 힘든 시간이었다. 대소변이 정말 많이 마려운 느낌인데, 침대에서 못 내려가고, 정말 힘만 주면 아기가 순풍 나올 것 같은데, 힘 못 주게 하고...... 인내의 시간이었다.

 

  21:30 간호사랑 드디어 푸시 연습을 한다. 수축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 초반엔 거의 십 분에 한 번씩 힘주기를 한 것 같다. 담당 간호사가 오후에 바뀌어 젊은 아가씨였는데, 나한테 교과서에서 공부한 것처럼 힘주기를 잘한다고. 힘주기의 표본이라 칭찬해줬다. ^^ 

 

  22:00 의사가 와서 아기 나오는 거 점검하고, 실습생 산파가 아기 머리 나올 때 손으로 만져볼래? 아니면 거울로 나오는 거 볼래? 이렇게 물어보더라, 동기부여가 된다고.... 처음에는 둘 다 싫다고 했는데, 급 호기심이 생겨서 거울을 요청했다. 소변줄 꼽아서 소변을 또 빼고, 저녁에 600미리를 뺐는데 또 나옴.. 인체의 신비~~~ 아기 머리가 보일랑말랑했었다. 진짜 담당의사가 내려와서 같이 힘주는 거 구령 맞추고, 의사가 허벅지랑 다리에 힘이 분산된다고 지적을 해줬다. (힘주기할때 내 다리를 간호사랑 실습생 산파가 한쪽씩 잡아 밀어줘서 온전히 내힘이 아니였다. 난 여기는 또 이렇게 하는구나 싶어 하는대로 몸을 맡겼었지.) 의사의 말에 나혼자 해보겠다고 말하고 열심히 이미지 트레이닝했던 그 자세를 잡고, 한호흡에 길게 배에 최대한 집중을했다. 아기가 힘들면 못 나온다고 옆에서 모든사람들이 응원을 해줬다. 거울로 아기머리가 계란 한알같이 뽁하고 나오더니, 그다음 호흡에 얼굴이 쑤욱 빠졌다. 이때는 정말 머리통 찌그러질까 봐 정말 길게 힘주기 한듯하다. 생일을 귀 빠진 날이라고 하는 이유를 알겠더라. 몸통은 정말 수월하게 쑤~욱 나오더라고... 

 

  22:42 무사히 태어났다! 후처치와 링거줄 다시 꼽을 때가 더 아픈 듯... 

   

  너무 예쁜 두 아이의 출산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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