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없는 인턴 이야기. 혹시나 캐나다 인턴이 궁금한 이들을 위해 몇 자 적어본다. 사실 초반에는 엄청 할 말이 많을 것 같은데, 막상 뒤돌아보니 쓸 말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나는 랭킹 10위 안에 드는 중대형 회계회사에 근무중이다. (빅4는 우리 동네에 없다. 하하 ^^;;) 처음 한 달가량은 거의 교육과 연습으로 이뤄지는데, 2주가량을 도시락 지원을 해줘서 참 좋았다.
이번 인턴은 총 9명으로 이뤄져있고, 나를 제외한 모두는 퀘벡의 어린이들이었다. 진짜 제일 나이 어린애가 2003년에 태어났단다. 난 2003년에도 회계업에 일하고 있었는데...
교육은 주로 CaseWare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하루는 투자자산 회계 관련 설명과 Taxprep이라는 세금 프로그램 설명으로 이뤄진다. 그중 틈틈이 회사 경비영수증 청구하는 법, 근무일지 시간 적는 법 등의 작은 교육들이 포함된다.
난 사실 한국에서 세무사랑과 더존 프로그램을 모두 써본 사람으로써, CaseWare라는 프로그램이 너무 엄청 정말 궁금했었다. 딸 아들 같은 아이들과 섞여서 배우다 보니, 게다가 불어의 한계로 인해 자꾸만 애들보다 한 박자 몇 초가 느려서 수시로 손들고 수업을 끊어야 했지만 어쩔 수 없지 뭐 나도 알아야 일을 하지. ㅎㅎㅎ 그래도 여기 회사 분위기가 정말 좋아서 누구 하나 인상 쓰거나 나를 불편해하지 않았다. 거의 현지인으로 구성되었고 남미 계열도 있는 것 같은데, 사실 불어를 제일 못하는 사람이 나이지 않을까? ㅜㅜ 그럼에도 이질적이지 않아서 좋았다. 면접 시 인성을 제일 중요시하는 이유가 있는 듯...
요즘은 어찌보면 '너 프랑스어 잘한다.' '넌 어느 나라에서 왔니?' 이런 얘기조차도 차별이라는 분위기라는데, 그게 잘 장착된 직원들이 모여있어서 그런지, 나에게 관심이 없는 건지, 불어 잘한다는 소리를 딱 한번 개인적으로 프로그램 교육한 직원과 얘기를 할 때 듣고 그 뒤로 들어본 적이 없다.
핼러윈 주간에는 인턴들 자리에 사탕과 초콜릿 상자가 있고, 인턴들에게 질문을 해야 하나를 가져갈 수가 있었는데, 그때 여러 질문이 오갔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질문이 '내가 동양사람들 얼굴을 보면 어느 나라인지 잘 구별을 못하는데, 일본인지 중국인지 베트남인지... 진짜 혹시 실례가 안 되면 어디에서 왔는지 알려줄 수 있니?'였다. 수다스러운 아저씨 같은 인상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조심스럽게 질문을 해서 깜짝 놀랐었다. 너무 미안한데 궁금한 표정이었어. ㅋㅋㅋ 난 대놓고 '중국인이니?' 하지 않는 이상 그렇게 차별 질문이라 생각 안 하는데...
캐나다 사무실의 분위기가 한국이랑 너무 달라서 처음에 적응을 못했다.
1. 출퇴근 시간이 모두 다르다. 어떤 이는 새벽 6시에 왔다가 3시에 가는 이도 있고 아예 100% 재택근무도 있고, 그래서 처음 출근할때 다들 집중해서 일을 해서 Bonjour라고 인사를 못하겠더라. 지금은 그냥 편히 안 한다. 오며 가며 마주치면 인사를 하지 굳이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인사하지 않는다. 퇴근 시에도 그냥 조용히 가방 챙겨서 나온다. ㅎㅎㅎ 진짜 다른 점.
2. 찌든 얼굴이 없다. 한국에서는 서로가 앞다투어 본인의 직종이 힘들다고 한다. 프로그램직이면 프로그램직대로 힘들다 하고 세무업은 세무업대로 힘들다 한다. 얼굴에 피곤이 절어서 매번 다크서클이 무릎까지 내려왔다는 표현을 많이 했는데, 여기는 그런 이들이 현재까지는 없다. 회사의 사칙 중에 하나가 '직원이 즐거워야 한다' 여서 이걸 지키기 위해 노력을 하는 듯하다. 표정이 밝아서 좋고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회사의 복지의 힘인지, 한국만큼의 야근이 없어서 그런지 아직은 의문이다.
3. 재택근무가 전혀 눈치 보지 않아도 된다. 이것 역시 처음에 적응이 안 되는 것 중 하나였다. 난 투자회사 회계수업을 너무 열심히 참여한 결과 다른 애들을 제치고 그 팀으로 차출이 되었는데, 나의 디렉터는 100% 재택근무여서 초반에 매일을 영상통화로 이야기를 했다. ㅋㅋ 너무나 어색한 것도 몇 달하다 보니 이젠 꽤 적응이 되었다. 내가 아파서 골골거릴 때도 너무나 쿨하게 집에 가서 쉬던지 재택으로 돌려~ 이래서 놀랬다. 누구 하나 나의 스케줄을 감시하듯 체크하는 이가 없어 초반에 이상했고 재택을 하는 것이 굉장히 눈치 보이고 그랬다. 그냥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오히려 나의 버디는 금요일 재택은 적극 추천을 했고, 여기도 코로나 이전에는 좀 눈치 보였는데 코로나 덕에 완전 자율화가 된 새로운 문화라고 한다. ㅎㅎ 코로나가 안 좋은 것만은 아니었던 것... 새로운 파라다임을 만들어버렸네. 덕분에 우리 애들 아파서 콜 받았을 때, 학교가 파업이라서 첫째가 학교에 못 갈 때 너무 유용하다.
4. Budget du temps (시간예산) 이 존재한다. 한 업체당 일할 수 있는 시간을 목표로 정해져 있는데, 보통 그 시간 안에 끝내야 한다. 물론 인턴인 우리들은 언제나 초과하지만 이게 은근히 스트레스로 돌아오는데, 모두가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정확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라고 조언을 해준다. 아직까지는 마무리한 업체들 세금이 틀어지거나 서류가 다시 수정하라고 돌아오지 않는 걸 보니 잘하고 있다고 믿고싶다. 사실 한국은 업체마다의 시간예산이 존재하지 않아서 얼마의 시간이 걸리는지 모르고, 또 야근이니 틈틈이 놀기도 하고 그러면서 일하는데 캐나다 사무실을 그 딴짓하는 시간을 최대한 막고 집으로 보내는 시스템이다. 하하.
위 4가지가 내가 느낀 가장 큰 문화 차이였던 것 같다. 다음엔 프로그램 얘기를 해볼까 한데..... 언제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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